
윤형민의 작품은 글로벌한 세계에서 복잡하게 얽힌 언어, 문화, 사회, 이념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수단으로서 번역을 사용합니다. 그녀의 작가적 실천은 종종 아카이브 연구에 기반하며, 특히 인쇄물의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가령, 〈블랙북〉(슬라이드쇼) 속 삽화들은 조선시대에 목판본으로 제작된 『삼강행실도』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1431년 초판이 출간된 이후 수차례 복각된 『삼강행실도』는 유교의 삼강(三綱), 충신, 효자, 열녀의 행실에 관한 이야기를 조선과 중국의 서적에서 모아 만든 책입니다. 특히 작가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열녀도’ 편을 중심으로, 현대의 풍자와 만화를 수집해 그녀만의 다크 유머와 해석으로 행실 규범이 체계화되고 감시되어 온 방식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