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달루페 마라비야는 1984년 고향 엘살바도르에서 일어난 내전을 피해 미성년의 나이에 홀로 모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이후 작가는 뉴욕에서 예술을 공부하던 중 대장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소외된 공동체를 위해 치유와 의식의 공간을 창조하는 예술가이자 활동가로서 마라비야가 고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배경이 됩니다.
수세미, 뱀의 머리와 심장 해부 모형, 흑요석, 6개의 징 등 다양한 재료로 구성된 〈질병 투척기 #17〉은 작가가 제의를 진행하는 동안 활성화되도록 고안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마라비야가 어린 시절 이주의 경험을 반추하는 과정에서 수집하고, 애니미즘적 속성을 지닌 것들을 골라낸 물건들을 결합하여 완성됩니다.
작가는 종종 다른 치유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일반 관객을 위한 사운드 의식을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위한 사적인 의식을 거행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질병 투척기 #17〉은 유해한 사회적, 영적, 물리적 환경을 살아가며 병들게 된 이들을 위한 총체적 치유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