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인기는 뉴욕에서 LA까지 2주간 미대륙을 동서로 횡단하며, 여행 내내 자신의 달리는 차에 카메라를 매달아 16mm 영화를 찍었다. 뉴욕에서 서울까지 비행기로 15시간 걸리는 거리만큼을 여행하고 방황하며 15일간 차로 달린 셈이다. 엄청난 속도의 화면 속에서 흩어지고 흘러넘치는 풍경 이미지들은 작가의 선택적인 눈이 완벽하게 제거된, 블랙홀과도 같은 카메라의 ‘눈-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온 ‘우주-기계’로서의 풍경들이다. 밀도와 강렬함을 지닌 그 스크린은 더 이상 상실과 부족이 존재하지 않는 과잉의 완벽한 ‘평면’이다. 속도의 리듬에 우리 자신을 싣게 되면, 그 풍경은 양적인 단위들로 분해되어 어느 틈엔가 디지털화된 공간으로 변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