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하메드 가베르는 아랍 문자 형태의 계시적인 잠재력을 탐구합니다. 그의 작품에서 아랍어 캘리그라피는 종교와 장식 예술적 맥락에서 사용되었던 전통적 방식 너머로, 서체적 전통에 담긴 비밀스러운 지식과 억압된 역사를 드러냅니다.
〈마법 문자 형태〉는 수피 신비주의자 아흐마드 이븐 알리 알부니가 완성한 13세기 오컬트 과학의 개요서 속 비밀 도해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오랜 시간 금서로 지정된 이 책은 이슬람의 우주론, 숫자점(수를 이용한 점술), 신을 향한 기도 주문을 아우르며 한데 엮어 신비주의 지식과 의례적 실천의 체계를 형성해 왔습니다.
작품의 중앙에는 마방진이 자리합니다. 격자에는 숫자 대신 각기 고유한 수치를 지닌 아랍 문자가 아브자드 체계에 따라 배열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마방진은 일종의 부적으로 쓰여왔는데, 각각의 배열에는 보호, 치유, 계시, 영적 존재와의 채널링과 같은 형이상학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마방진 아래에는 우주의 직인과 같은 원형 도식이 그려져 있는데, 이 도식은 우주의 숨겨진 질서와 조화를 반영하기 위해 고안된 기하학적 배열과 신성한 이름들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상들은 주문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명상에 활용되거나 영적인 힘이 깃들었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가장자리에는 쿠란의 구절들과 신의 이름들이 예술적으로 꾸며진 문자 형태로 새겨져, 마치 보호하는 듯 울타리처럼 작품을 감싸고 있습니다. 각각의 이름은 고유한 신성을 불러내며, 작품 곳곳에 신의 현존과 보호의 의미를 새겨 넣습니다.
‘마샤크’는 서예의 대가가 쓴 선언문을 의미합니다. 동명의 제목을 가진 가베르의 작품은 동시대 아랍 문자 형태의 발전에 관하여 작가가 지속해 온 연구 프로젝트인 ‘타입 플랫폼’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라바 알-아다위야와 하페즈 알-시라지가 잃어버림에 대해 쓴 수피교의 시를 바탕으로, 문자 언어를 통해 기억이 전승되어 온 방식을 성찰합니다.
모하메드 가베르, 〈마샤크〉, 2021. 캐시미어 울로 짠 편직물. 205 × 145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