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계의 원로 작가 주명덕은 60~70년대 서울의 풍경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진솔하게 담은 다큐멘터리 사진과, 80년대 이후 최근까지 만든 독특한 풍경 사진들을 함께 전시했다. 하층민, 가난한 아이들은 생장하는 ‘풀 같은’ 존재이다. 아무거나 먹고, 누운 곳이 잠자리가 되는, 언제나 낮은 곳에 머물러 있는 존재이다. 그들에게는 ‘생명선’이 드러나 있다. 산들을 담은 그의 흑백 풍경 사진 이미지는 무한히 파동치는 ‘신경 섬유의 아상블라주’로 보인다. 우리의 머릿속에 관념이 되어버린 풍경은 그의 작품 앞에서 금방 바래버리고 만다.
제목 미상, 1997.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