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한동안 작업해 온 〈유기적 기하학〉 시리즈는 현대 문명을 에워싸고 있는 순수 형태로서의 건축적 공간, 엄밀히 말해 기하학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의 표출이다. 일견 삭막하고 건조해 보이는, 그러나 이제는 제2의 자연이 되어버린 인공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에 자연물과 같은 생명력과 온기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 그녀의 희망이다. 컴퓨터의 픽셀을 쌓아올려 재현되는 기존의 다양한 기하학적 형태들은 축소와 확대, 미시와 거시, 질서와 파격, 순열과 조합, 논리와 우연, 그리고 채색과 무채색 등 가능한 모든 조형적 이율배반의 유희를 통해 교란되고 증식되며, 이 형태들은 어느 순간 무한히 발아하고 번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유기체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애니메이션 작업은 이러한 형태들을 움직여 보고 싶다는 작가의 단순한 욕망에서 출발했다.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유기적 측면의 극대화라 볼 수도 있겠다.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내러티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