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외

1996

김오안에게 사진은 대상에 대한 ‘기록성’을 지니면서도 대상에 집착하는 충동적인 욕구가 전혀 없고, 자체 안에 어떤 심층적 의미 구조 같은 것도 허용하지 않는 ‘반투막’ 같은 것이다. 그 막은 정지해 있으나 얼어붙지 않은 미세한 틈들로 짜여진 시간의 그물이다. 그의 풍경은 우리가 이미 여행해 본 모든 곳 같기도 하고, 더 이상 존재할 것 같지 않은 그런 ‘중간’의 풍경이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우리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아주 짧은 순간의 공기, 바람, 질감 같은 것이다. 그것은 언어와의 전쟁터에서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빛줄기’이다.

〈Paris〉, 1997. 컬러 프린트
〈Gvilin, China〉, 1997. 흑백 프린트
〈New Mexico〉, 1996. 흑백 프린트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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