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벽화 〈작은 풍경을 위한 레시피〉는 한국적인 풍경의 재현 방식을 디지털 기술 세계의 눈으로 다시 상상해본 작업이다. 벽화는 평화로운 산을 배경으로, 서로에 기대고 있는 여성과 토끼, 스팸 한 통, 곳곳에 피어난 거대한 버섯 등을 그린다. 뒷모습만이 그려진 인물은 영화감독 임순례에 대한 오마주로, 그가 남성중심적인 영화 업계에서 여성으로서 이룬 성취와 동물권에 보이는 열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편 스팸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처음 소개된 이후 한국에서 일상적 식재료이자 명절 선물로 사랑받지만, 동시에 아픈 역사를 상징하기도 한다. 큼직한 픽셀로 구성된 벽화는 슈퍼 마리오 같은 초기 비디오 게임의 시각 언어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오늘날의 게임 문화를 생각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의 역동적 긴장을 시각화한 쿠에바스의 작업은 미술관 로비를 역사, 문화 간의 교류, 그리고 디지털 생활 방식이 충돌하며 진화하는 환경으로 탈바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