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규칙성 대리석V〉은 열여덟 개의 콜라주 이미지로 구성된 연작이다. 각 콜라주는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 사이에 제작된 여행기, 지도, 여러 책자와 지질학 이미지 뱅크에서 찾은 표석漂石 사진들을 병치한 것이다. 표석은 주변 환경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며, 빙하 작용으로 인해 먼 거리를 떠내려왔다고 추정되는 바위를 의미한다. 기존의 지질학적 자료와 표석의 이미지를 병치한 이 작품은 자연, 영토, 지형을 고정불변의 관념으로 상정하는 우리의 인식을 드러내고, 지도를 그리는 행위로 인해 가려지는 인간 외 존재들의 이동 그리고 그것을 촉발하는 자연의 힘을 부각한다. 작품은 인간과 비인간을 가리지 않고 떠도는 신체들의 불규칙한 패턴을 보여주며 지도를 만드는 기술이나 지리학 방법론으로 추적할 수 없는 부분을 시사하며, 우리가 아는 지도가 불완전하고 분절된 역사일 수밖에 없음을 입증한다. 과거에 있었던 지질학적 사건으로 이동된 표석의 수수께끼에 지구의 미래가 내포되어 있음을 논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