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오케스트라

2002

음악을 시각화하여 보이는 음악을 만들려는 의도로 1996년 출발하여 꾸준한 실험을 거쳐 온 김안식의 ‘빛의 오케스트라’는 어둠 속에 실행되는 빛을 이용한 공간 연출이다.
빛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그의 악기는 빛, 공간, 시간, 작가의 행위, 물, 어둠 그리고 고래의 형상 같은 빛의 이미지를 가시화하기 위해 스크린으로 사용되는 오브제들이다. 작가는 조형 언어로 사용되는 물이라는 매체에 빛을 투영하여, 물 표면에서 그의 행위로 만들어진 파장을 빛을 통과시켜 그 위치적 공간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옮겨서 표현한다. 물 파장과 빛의 색채를 이용하는 〈물 피아노〉나 12현의 레이저 빛으로 표현하는 〈빛의 가야금〉같은 작품들은 이러한 매체들을 사용하여 고대의 종합예술과 같은 복합적인 장르를 넘나들며 모든 체계와 규율에서 벗어나는 독창적인 시각적 리듬, 그 유일한 하모니를 창조한다.
빛을 이용한 그의 작품은 빛이라는 매체와 그가 창출하는 빛의 잠재적 이미지가 가시화되기 위한 일정 거리로서의 공간 그리고 프로젝트의 지속 기간인 시간, 이미지의 발현을 위한 화면 막(screen)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그의 작업은 명확히 구분되는 두 종류의 공간, 즉 현실의 공간과 작품 공간 사이의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관계에 도전하는 그것이다. 그의 작품에서 이 두 공간의 교차는 빛을 통하여 가능케 된다. 바슐라르의 말을 빌리자면 빛은 촛불의 불꽃처럼 그 앞에서 “멀리 꿈꾸게 하는”°, 빛 전면(前面)에 관통하는 공간, 열려진 또 다른 공간을 생산하는데 그 공간은 고정되지 않은 공간, 상호 교체 가능한 공간, 불확실한 공간이다. 김안식이 사용하는 빛이라는 매체는 이러한 몽환적인 공간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일종의 ‘사닥다리’라 할 수 있다.

  • 임 연(조형예술학) ” ‘빛의 오케스트라’ 어둠과 나누는 은밀한 선율 “에서 인용
    ° Gaston Bachelard, La Flamme D’une chandelle (촛불의 불꽃), Paris, Quaduge/P.U.F.1961.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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