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민정은 청사진이나 기술 도면을 닮은 드로잉 작업을 합니다. 컴퓨터 일러스트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입력하고 트레이싱지에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언뜻 수학 공식과 주석이 가득한 도표나 다이어그램처럼 보이는 작품은 소프트웨어 설명서처럼 엄정한 미학을 가집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요소들은 일상의 내밀한 순간, 기억, 감정, 정체성 등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을 드러냅니다. 그녀의 작업은 과학적 정밀함이 주는 객관성과 주관적인 경험을 나란히 놓으며, 마치 현대의 종교처럼 여겨지는 기술과 계산의 시각 언어를 빌어 자신과 주변 세계를 표현합니다.
이번 전시작들은 생명체를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에 관한 탐구로서, 물질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세계관으로는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육인가족도(六人家族圖)〉에서는 어머니의 머리 위에 그려진 후광이 어머니의 ‘따뜻한 기운과 아우라’와 그녀의 가족이 누리는 ‘사랑의 빛’을 재현한다고 설명합니다.
안민정, 〈육인가족도(六人家族圖): 어머니는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 그동안 키우신 알로에를 나누어 주셨다〉, 2007. 디지털 프린트. 423 × 111.8 cm.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재제작 지원. 작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