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5년, 당대 일본 신토(神道)계의 신흥 종교였던 오모토의 지도자 데구치 오니사부로(1871-1948)는 일본 제국주의 정권에 의해 구금됩니다. 수감 중 찻잔을 만들 결심을 하게 된 오니사부로는 1944년 말 석방된 후 단 15개월 만에 3,000점이 넘는 찻잔을 손수 제작했습니다.
오니사부로는 “라쿠다완 한 점을 만들 적마다 신도에서 ‘신의 뜻에 따른다’는 뜻을 가진 칸나가라 기도문을 수천 번 읊었으며, 내 영혼의 힘을 불어넣은 불, 물, 흙으로 만들어졌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1948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미술 평론가 가토 기이치로는 오니사부로의 찻잔에 요완(耀盌), 즉 ‘빛나는 찻잔’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니사부로의 요완이 국제적으로 소개되면서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영적 체험으로 빚어진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고유의 세계와 천국의 아름다움에 관한 원리의 발현을 볼 수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곳에서 소개되는 각각의 찻잔은 오모토의 3대 영적 지도자인 나오히 데구치를 비롯해 교단의 여러 구성원들이 붙인 이름을 적은 나무 상자 뚜껑과 더불어, 오모토의 영적 발원지인 교토 아야베(綾部) 원단으로 수제작된 천 받침과 함께 전시됩니다. 유심히 들여다보면 오니사부로의 엄지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는 찻잔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陽碗)(빛나는 찻잔)—타마다레(종으로 장식된 대나무 블라인드)〉, 1944년 경. 라쿠다완(樂茶碗). 7.9 × 11 × 10.9 cm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耀盌)(빛나는 찻잔)—아야니시키(낙엽)〉, 1944년 경. 라쿠다완(樂茶碗). 8.9 × 10.2 × 11.6 cm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耀盌)(빛나는 찻잔)—미야마노 사쿠라(미야마 벚꽃)〉, 1944년 경. 라쿠다완(樂茶碗). 8.4 × 10.4 × 10.6 cm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耀盌)(빛나는 찻잔)—텐고쿠 31(31번째 천국)〉, 1944. 라쿠다완(樂茶碗). 8.4 × 11.3 × 11.2 cm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耀盌)(빛나는 찻잔)—미로쿠(미륵)〉, 1944년 경. 라쿠다완(樂茶碗). 8.3 × 10.5 × 10.6 cm
데구치 오니사부로, 〈요완(耀盌)(빛나는 찻잔)—우주(나선)〉, 1944년 경. 라쿠다완(樂茶碗). 7.8 × 11.2 × 11.6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