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쿠아 벽화

1979
라파엘 케네디트 모랄레스, 〈아바쿠아 벽화〉, 1979. 검정색으로 코팅된 메탈시트에 레이저 커팅. 1,100 × 20,000 × 2 mm. 디자인: 콜렉티브. 재제작: 에리카 콕스. 제13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재제작 지원. 사진: 홍철기

라파엘 케네디트 모랄레스(1942–2016)의 작품은 쿠바의 아프리카계 영적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예술가이자 시각 예술인·지식인·작가·음악인으로 구성된 콜렉티브 ‘그루포 안틸라노’의 창립자인 케네디트 모랄레스는 식민 정권과 공산 정권 모두에게서 소외되었던 아프로-쿠바 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은 앤틸리스 제도(카리브에 속한 지역에서 루케이언 제도를 제외한 지역)의 역사와 아프리카 문화 간의 연결성에 관한 연구를 기반으로, 아프로-쿠바의 신, 신화, 의례적 실천을 재현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번 비엔날레 전시에 참여한 여러 작가들처럼, 케네디트 모랄레스는 세속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인 시대적 상황에서 영적인 경험에 전념했고, 이런 경향이 그의 예술 활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소수 집단에 대한 적대감, 검열, 공산주의 정통성에 반하는 이념에 대한 억압이 두드러졌던 회색 시대(1971-1975)에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5년간의 회색 시기가 끝나고 쿠바가 앙골라 내전에 개입한 이후 아프리카에 관한 공식적 태도의 전환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1979년 쿠바 정부의 문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관한 국립극장이 케네디트 모랄레스에게 벽 설치 작품을 의뢰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놀랍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이 자유민 출신 아프리카인이 설립하고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정권에 탄압받았던 비밀 종교 단체 ‘아바쿠아’를 노골적으로 오마주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세속적이고 공적인 문화 기관의 중심부에 아프로-쿠바의 영적 상징들을 이식했던 이 작품은 1990년대에 철거되었고, 이번에 재구성하여 선보이는 작업은 이 작품의 몇 장 남지 않은 사진 기록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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