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불꽃

1930
힐마 아프 클린트, 〈타오르는 불꽃〉, 1930. 종이에 수채. 47 × 31 cm. 파이어스톰재단, 스톡홀롬 소장 및 제공

현대 미술사에서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 고유의 자리를 각인시킨 기념비적 추상 회화 연작이 완성되고 오 년 후인 1920년, 작가는 스위스 도르나흐에 위치한 인지학협회 본부인 괴테아눔을 방문합니다. 그녀는 이후 십여 년을 이곳에서 보내며 협회 창립자인 루돌프 슈타이너의 강연에 정기적으로 참석하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슈타이너가 사망한 1925년부터 약 오년 동안 아프 클린트가 작품을 생산한 기록이 부재합니다.

인지학협회에 머물던 시기에 아프 클린트는 색채의 본질에 관한 슈타이너의 강연 연작을 통해 괴테의 『색채론』을 연구하였고, 이로 인해 그녀의 작가적 접근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납니다. 1922년부터 아프 클린트는 슈타이너와 그의 지지자들이 개발한 수채화 기법인 ‘웨트 온 웨트(종이에 물을 먹이고 마르기 전 색을 올려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하는 기법)’를 받아들였고, 색채가 서로 어우러지면서 드러내는 스펙트럼적 형상과 풍경들은 영적 향유를 돕는 매개로 작동하게 됩니다.

1930년 7월에 완성된 〈타오르는 불꽃〉은 반추상적 양식을 가진 수채화로, 아프 클린트의 작품 세계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겹겹이 쌓인 색채의 후광을 배경으로 솟아오르는 형상은 햇살 가득한 산기슭에서 타오르는 심장의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이 작품은 아프 클린트가 인지학협회 회원이자 섬유 예술가였던 엘사와 막다 예루드 자매에게 선물했던 수채화 작품 중 하나로, 일종의 독특한 자화상이면서 계시의 순간에 관한 재현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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