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 사회 개혁가, 건축가인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헬레나 블라바츠키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신지학 운동과 결별한 뒤 ‘인지학’을 창시했습니다. 여러 지적이고 종교적인 전통을 융합한 인지학의 영적 수련 프로그램은 스위스 괴테아눔에 본부를 두고 국제적으로 확산된 ‘인지학 협회’를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슈타이너는 인지학 원리를 전달하기 위해 각본 없이 수천 회에 달하는 공개 강연을 진행했고, 그가 강연에서 사용했던 칠판은 생각을 위한 도구이자, 청중을 집중하게 하고, 매개를 시각화하는 도구였습니다.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칠판에 그려지는 도식적인 스케치는 점차 추상적인 그림이 되었고, 이것은 지적 사유의 흐름을 담은 기록이자 마음의 액션 페인팅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슈타이너는 강연을 마칠 적마다 검은 도화지에 색분필로 그린 드로잉들을 칠판에서 떼어낸 뒤, 고치고, 날짜를 표기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많은 작품이나 기록물처럼, 이 드로잉들 역시 처음부터 관습적 개념의 예술품으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사유와 몸짓이 결합되어 하나의 이미지로 생성되는 이 드로잉 연작은 슈타이너가 ‘사유 이미지’라고 불렀던 시각적 사고의 과정을 설명합니다. 그의 드로잉들은 힐마 아프 클린트부터 요셉 보이스까지 선구적인 예술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이들 모두는 예술과 과학이 동일한 영적 근원에서 비롯된다고 믿었던 슈타이너의 신념을 공유했습니다.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0년 12월 5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0.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0 × 143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2년 2월 11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2.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0 ×137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2년 2월 19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2.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0 × 130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2년 12월 29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2.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2 × 122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3년 10월 20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3.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3 × 147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3년 11월 30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3.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88 × 127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3년 12월 21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3.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1 × 128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0년 4월 5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0.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3 × 134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0년 4월 7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0.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92 × 112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4년 6월 30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4.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88 × 133 cm
루돌프 슈타이너, 〈무제(1923년 6월 9일 스위스 도르나흐 강연의 칠판 드로잉)〉, 1923. 종이에 아카이벌 이미지 실크스크린. 89 × 138 cm